일본 마쓰야마에서 느낀 RubyKaigi 2025: 언어의 깊이를 만나다
들어가며
2025년 4월 중순, 일본 에히메현 마쓰야마에서 열린 RubyKaigi 2025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직접 들은 세션, 현장 분위기, 그리고 소도시 마쓰야마에서 얻은 팁을 정리했습니다.
컨퍼런스 전반적인 분위기
마쓰야마는 인구 50만 정도의 온천 도시라서 컨퍼런스 규모가 아주 크진 않았지만 열기는 대단했습니다.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스태프가 많지 않아 일본어 한두 마디만 할 수 있어도 체감 편의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발표 주제는 실무 사례보다는 Ruby VM 내부, 최적화, 컴파일러 같은 학구적인 내용이 중심이었습니다. 덕분에 “Ruby 언어 그 자체”를 탐구하는 대학원 세미나에 초대된 기분이었죠.
인상 깊었던 세션들
Ruby Taught Me About Encoding Under the Hood
이 세션은 문자 인코딩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봉화로부터 시작된 문자 표현의 역사부터 유니코드의 복잡한 shift in/out 시스템까지 다루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가족 이모지(👨👩👧👦)를 입력하고 백스페이스를 두 번 누르면 IRB가 크래시되는 버그를 직접 해결한 사례였습니다. 발표자의 IRB에 대한 진심과 열정이 돋보이는 키노트였습니다.
Empowering Developers with HTML-Aware ERB Tooling
이 세션에서는 ERB 파일을 위한 개발자 도구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LSP(Language Server Protocol) 관점에서 ERB 파일을 위한 lint나 언어 서버가 부족하다는 문제 인식에서 출발해, nokogiri와 prism을 활용해 HTML과 Ruby를 구분해 파싱하는 도구를 개발한 내용이었습니다. https://herb-tools.dev/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앞으로 더 다양한 도구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Performance Bugs and Low-level Ruby Observability APIs
Datadog 엔지니어가 발표한 Observability 관련 세션이었습니다. https://github.com/ivoanjo/lowlevel-toolkit 툴킷을 통해 Ruby의 저수준 API를 활용한 모니터링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모든 것을 관찰할 수 있는 API는 이미 존재하지만, 더 저수준에서 관찰하기 위한 도구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객체 생성이 성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리마인더가 가장 유용했습니다.
Benchmark and profile every single change
가장 실용적이고 재미있었던 세션이었습니다. https://github.com/osyoyu/pf2 툴을 활용한 Benchmark-Driven Development(BDD) 개념을 소개했습니다. TDD와는 다른 관점에서 시작하여, “Xinatra - a faster sinatra”라는 프로젝트를 예로 들며 기존 Sinatra보다 100배 빠른 성능을 목표로 했던 사례를 공유했습니다(물론 실제 환경에서는 1.02배 향상에 그쳤다고 합니다).
이 세션에서 배운 핵심 인사이트는:
- 고장난 것을 고치는 것보다 느린 것을 빠르게 만드는 게 어렵다
- 성능 개선은 보틀넥에 집중해야 한다
- 플레임그래프를 통한 시각화가 매우 중요하다
- 라우팅 전략의 성능 차이 (10-20개 정도는 리니어 탐색도 효율적)
- 블록 호출보다 메소드 호출이 더 빠르다
- YJIT 활성화가 중요하다
- CI보다 로컬에서의 벤치마크 실행이 더 안정적이다
Matz Keynote
Ruby 창시자 Matz의 키노트는 AI 시대의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올해는 AI에 대해 이야기하는 발표자가 없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일본어로 진행되어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Ruby 4.0 출시 계획과 Ruby 30주년을 기념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Matz는 AI가 더 현명해지는 미래에는 “보다 짧고, 최소한, 인간이 이해하기 쉬운 코드”가 좋은 프로그래밍 언어의 조건이 될 것이며, “확장성이 높고, 여러 분야에 사용할 수 있는 언어”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런 특성들이 Ruby의 철학과 일치하기 때문에, 현재는 다른 언어들이 우세하더라도 미래에 Ruby가 다시 선호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다음 RubyKaigi를 위한 준비 팁
참가자로서 더 잘 준비하면 좋을 점들
- 일본어 기초 학습
일본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인 만큼, 일본어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알면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일부 세션이 일본어로만 진행되고, 행사 스태프와 부스 담당자들도 영어보다는 일본어에 더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 숙소와 교통 미리 준비
특히 소도시에서 열리는 경우, 교통 옵션이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늦은 시간에 도착한다면 택시나 대중교통이 제한될 수 있으니 미리 교통 상황을 확인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 Ruby 생태계에 대한 이해 심화
RubyKaigi는 단순히 Ruby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언어 자체와 그 생태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요구하는 세션이 많습니다. 참석 전에 관련 문서나 코드를 미리 살펴보면 세션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폰서로 참여한다면
- 효과적인 홍보 전략
단순히 홍보 전단지만 배포하는 것은 큰 효과가 없습니다. Ruby 커뮤니티에서는 스티커가 특히 인기가 있으니, 독특하고 매력적인 스티커를 준비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 인센티브 제공
앱 설치 확인 후 더 좋은 리워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실제 사용자 확보와 연결시키는 전략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 키노트 전 스폰서 세션 활용
서비스 홍보가 주요 목적이라면, 키노트 전에 진행되는 스폰서 세션을 통해 서비스를 소개하는 기회를 활용하는 것도 의미 있는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마치며
RubyKaigi 2025는 Ruby 언어의 깊이를 경험할 수 있는 값진 기회였습니다. 실용적인 웹 개발보다는 언어 자체의 내부 동작과 최적화에 초점을 맞춘 발표가 많았고, Ruby 커뮤니티의 학구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언어적 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인해 네트워킹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Ruby 언어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벤치마킹과 성능 최적화에 관한 세션은 실무에서도 바로 적용해볼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했습니다.
Ruby 4.0 출시와 30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Ruby 언어가 앞으로도 현대적인 개발 환경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다음 RubyKaigi에는 더 준비된 모습으로 참가해 더 많은 배움과 경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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