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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12년 전 내 논문을 평가받았다

· Kyoungwon Lee

오늘 문득, 석사 시절에 쓴 논문을 AI에게 평가해달라고 했어요. 공간 데이터베이스 분야의 논문이고, 이름은 DART+예요. ‘Direction-aware bichromatic reverse kNN(DBRkNN)‘이라는 새로운 쿼리 타입을 정의하고 그 처리 알고리즘을 제안한 논문이에요.

평가는 냉정했어요. 새로운 쿼리를 정의한 건 인정하되, 비교 대상이 너무 약하다며 베이스라인을 지적했어요. 결론은 ‘잘 만든 incremental contribution’이지만 breakthrough급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거예요. 인정할 수 있었던 지적이었어요.

11년 뒤에도 인용된 내 논문

그다음엔 후속 인용을 찾아봤어요. 전부 7편이었어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6편이 인용했고, 그 뒤로는 6년 동안 조용했어요. 그런데 2025년, 논문이 나온 지 11년 뒤에 한 편이 더 있었어요.

팬데믹 백신 접종소 입지 문제를 다룬 Scientific Reports 논문이었는데, ‘BRNN에 방향 제약을 얹은 DBRkNN’이라는 표현으로 제 논문을 소개하고 있었어요. 관련 연구 섹션에 줄 세우듯 놓인 다른 연구들 옆에, 제가 제안한 개념의 이름이 있었어요.

제 논문이 아직 살아 있었어요.

그러면서 요즘의 논문 쓰기를 생각해봤어요. 지금 제가 연구를 하고 있진 않지만 AI 덕분에 논문 쓰기는 쉬워졌을 거예요. 하지만 의미 있는 논문 쓰기는 더 어려워진 것 같아요.

예전엔 새로운 개념을 정의하는 것 자체가 진입장벽이어서 리뷰도 수월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AI를 이용해서 논문을 빨리 쓸 수 있으니 진짜로 새로운 한 줄은 더 귀해지고, 약한 베이스라인 같은 지적은 AI가 미리 다 잡아내는 세상이에요.

평가 기준은 올라갔는데 진입장벽은 내려간, 이상한 시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비스를 만드는 방식이 바뀐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만드는 일이 쉬워질수록 무엇을 만들지 고르는 일이 중요해졌듯이, 사람이 하는 연구도 많이 쓰는 쪽보다 꼭 필요한 연구만 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어요.

마치며

이 모든 걸 AI와 함께 몇십 분 만에 돌아봤다는 사실이 묘하게 새로웠어요. 예전엔 논문을 꺼내며 혼자 추억했는데, 이젠 AI가 냉정하게 평가해주고 인용까지 추적해주네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언젠가는 내 삶을 이렇게 돌이켜보는 날도 오지 않을까. 그리고 그때 내 삶은 무엇으로 남을까. 사람들은 나를 무엇으로 기억할까.

참고자료

#ai#research#paper#spatial-databa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