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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by on Rails를 처음 접한 건 2013년, 카카오에서 카카오톡 클라이언트를 개발할 때였어요. 당시 저는 Nokia Asha라는 저가 단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카오톡 클라이언트를 만드는 팀의 막내였고, 클라이언트 엔지니어였지만 디자인에 맞춰서 UI를 구성하는 게 너무 괴로웠던 실수투성이 주니어였어요.

클라이언트를 개발하는 게 주 업무였지만, 서버팀에 로그 확인을 부탁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제 로컬에 서버를 띄우고 직접 테스트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당시 서버팀의 한 분이 틈날 때마다 질문에 친절히 답해주셨고, 덕분에 제 로컬에 서버를 띄우고 클라이언트를 테스트를 해볼 수 있었어요. 이 과정에서 처음으로 Ruby on Rails를 사용하게 됐어요.

이게 저였습니다 - https://jeho.page/essay/2024/07/09/rails-news-letter.html 이게 저였습니다

하지만 곧 Microsoft가 Nokia를 인수하면서 Asha 플랫폼이 사라졌고, 팀이 해체됐어요. 저는 경력 2년 차에 서버 개발로 전환하기로 결심했고 Ruby on Rails와 Java를 사용하는 팀에서 서버 개발을 시작하게 됐어요.

이 결정에서 사실, Ruby on Rails가 업계에서 많이 쓰이는지, 앞으로 제게 도움이 될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당시 제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전 세계에서 4,800만 명의 MAU를 가진, 전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이것이야말로 제 경력에서 가장 큰 자산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그 이후, 의료 AI를 개발하는 루닛에서 Python/Django를 사용했던 것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대부분의 회사에서 Ruby on Rails로 개발을 해왔어요. 현재도 당근마켓에서 1,800만 MAU를 가진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Ruby on Rails를 여전히 잘 활용하고 있어요.

돌아보면, 운도 따랐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회사를 옮길 때마다 언어나 프레임워크보다는 그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그 일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통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어요.

지금은 Ruby on Rails를 정말 좋아하게 되었지만, 그 이유가 언어나 프레임워크에 대한 특별한 애정 때문이 아니라, 이를 통해 의미 있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다행히도 지금까지 좋은 회사에서 훌륭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Ruby on Rails와 친숙해졌어요.

마지막으로, 어떤 언어와 프레임워크를 사용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Ruby on Rails가 저에게는 그런 의미 있는 경험을 가능하게 해준 도구였고, 앞으로도 그런 경험을 줄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어요.